My Philosophy

나의 번역 철학

문화유산을 영어로 옮기는 일에 대한 나의 기준과 생각


차례

  • 이 글에 대하여
  • 한눈에 보는 원칙
  • 1. 형식과 조판이 먼저다
  • 2. 텍스트는 데이터다
  • 3. 독자가 글을 정한다
  • 4. 영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영어로 쓴다
  • 5. 독자를 배려한다
  • 부록: 세부 규칙과 예시
    • A. 표기 형식과 조판
    • B. 어휘와 문장
    • C. 인물, 지명, 관직
    • D. 연대와 역법
    • E. 글의 구성
    • F. 점검표
  • 참고 자료

이 글에 대하여

이 글은 지난 10년 동안 한국의 문화유산과 관련된 텍스트를 영어로 옮기고 검토하면서 정리해 온 나의 작업 원칙입니다. 그동안 6,000건이 넘는 국가유산 안내판 문안을 다루었고, 여러 박물관의 전시 설명문과 교육 자료, 학술지 초록과 도록 논고를 번역하거나 감수해 왔습니다. 나의 학문적 훈련은 번역이 아니라 인문정보학, 즉 디지털 큐레이션의 방법론에 있습니다. 석사와 박사 과정에서 그것을 공부하는 동안 번역 일을 병행했고, 번역은 그렇게 현장에서 익혔습니다. 그 과정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것을 보았고, 그때마다 “무엇이 좋은 영문 텍스트인가”에 대한 답을 쌓아 왔습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디지털인문학연구소의 동료들과 함께 국가유산청의 안내판 관련 지침 작업에 참여하여 의견을 제시해 왔기 때문에, 여기에 적은 원칙 중 상당수는 공식 지침에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공식 지침과 겹치는 부분은 내가 동의하고 실제로 따르는 기준이기도 합니다. 다만 국가유산 영문 명칭의 공식 표기 기준처럼 국가유산청이 정한 사항은 여기에 옮기지 않고, 글 끝의 참고 자료에서 원문으로 안내합니다.

이 글의 원칙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예외 없이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영어의 구두법과 표기 형식, 공식 명칭, 음력과 양력의 구분, 중국·일본 이름의 표기법, 그리고 한자나 한글로 형태를 설명하지 않는 것이 여기에 속합니다. 이것들은 취향이 아니라 맞고 틀림의 문제이며, 지키지 않으면 오류입니다. 다른 하나는 내가 권장하는 것입니다. 독자에 맞추어 무엇을 담고 무엇을 덜어낼지, 로마자를 어디까지 쓸지, 문단을 어떻게 구성할지가 여기에 속합니다. 이것들은 내가 경험에서 얻은 판단이며, 의뢰 기관이나 저자의 뜻에 따라 조정할 수 있습니다. 본문에서는 이 둘을 구분하여 씁니다.

이 글을 공개하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박물관이나 기관, 연구자와 번역·감수 작업을 할 때 “제가 작업하는 기준은 이것입니다”라고 링크 하나로 보여 드릴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한눈에 보는 원칙

  1. 형식과 조판이 먼저다. 구두법, 대소문자, 이탤릭체, 조판은 영어의 기준을 따른다. 내용이 정확해도 형식이 틀리면 부주의해 보인다.
  2. 텍스트는 데이터다. 같은 유산, 같은 인물, 같은 용어는 어디서나 같은 영어로 쓴다. 정부 기준을 먼저 따르고, 기존 용어집을 먼저 찾는다. 검색과 인공지능의 시대에 일관된 표기는 어느 번역이 더 옳은가보다 중요하다.
  3. 독자가 글을 정한다. 학자, 일반 관람객, 어린이는 아는 것이 다르며, 무엇을 담고 덜어낼지는 독자가 정한다.
  4. 영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영어로 쓴다. 로마자 표기는 가독성을 크게 떨어뜨린다. 거의 모든 단어는 영어로 옮길 수 있으며, 로마자는 고유명사 외에는 사실상 쓸 일이 없다.
  5. 독자를 배려한다. 표현, 도입, 순서, 범위를 독자에 맞추면 같은 정보도 훨씬 접근하기 쉬워진다. 독자의 시간과 관심을 존중하는 데 큰 비용은 들지 않는다.

1. 형식과 조판이 먼저다

영문 텍스트의 품질을 이야기할 때 대부분은 번역된 낱말과 내용을 먼저 봅니다. 그러나 나는 형식을 먼저 봅니다. 구두법, 대소문자, 이탤릭체, 띄어쓰기, 줄 나눔, 자간 같은 형식은 고치기 가장 쉬우면서 결과물의 인상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요소입니다. 국문의 형식을 그대로 옮긴 영문은 내용이 아무리 정확해도 외국인 독자에게 어수선하거나 부주의해 보이며, 반대로 형식이 정돈된 영문은 그것만으로 전문적이고 신뢰할 만하게 읽힙니다.

형식은 예외 없이 지켜야 하는 영역입니다. 한국어와 영어는 표기 형식이 다르며, 국문에서 자연스러운 것이 영문에서는 오류입니다. 물결표로 표시한 기간, 가운뎃점으로 나열한 이름, 괄호를 앞 단어에 붙이는 습관, 둘째 줄 첫머리에 놓인 콜론, 위첨자로 줄인 괄호 안의 글자, 『』로 감싼 문헌명이 모두 그렇습니다. 지면에 맞추기 위해 자간을 좁히는 것도 국문 조판에서는 흔하지만, 영문에서는 가독성을 크게 해치므로 권하지 않습니다.

반대의 문제도 있습니다. 문헌명의 이탤릭체, 따옴표 안에 넣는 마침표처럼 영문에서 올바른 형식이 국문 관행과 달라 보인다는 이유로 검토 과정에서 “틀렸다”고 고쳐지는 일이 흔합니다. 번역자와 검토자 모두, 영문의 형식은 국문의 관행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영문 표기 지침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국문의 눈으로 보아 어색한 영문 형식이 실제로는 올바른 것일 수 있습니다.

기준: 시카고 매뉴얼, 미국식 영어

이 글에서 따로 정하지 않은 영문의 구두법, 대소문자, 숫자, 약어 등은 『시카고 편집 매뉴얼(The Chicago Manual of Style)』 최신판을 따릅니다. 미국의 도서 출판, 박물관 간행물, 인문학 분야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지침이고, 한국학을 비롯한 동아시아 관련 영문 학술 출판물도 대부분 이 지침을 따릅니다. 학술지에 자체 규정이 있으면 그것을 우선합니다.

미국식 영어를 기준으로 하며, 하나의 텍스트 안에서 그리고 같은 유적·전시의 여러 텍스트 사이에서 미국식과 영국식을 섞지 않습니다(color / colour, March 1, 1919 / 1 March 1919).

무엇을 지키는가

세부 규칙과 예시는 부록 A에 두었고, 여기서는 범주만 적습니다. 범위에는 물결표 대신 줄표를, 나열에는 가운뎃점 대신 쉼표와 and를 씁니다. 여는 괄호 앞은 띄우고 콜론은 앞 단어에 붙입니다. 위첨자와 『』는 쓰지 않으며, 작품 제목은 종류에 따라 이탤릭체나 큰따옴표로 씁니다. 도량형은 미터법과 단위 기호로 씁니다. 제목과 명칭은 제목 표기법을 따르되 작업 시점의 최신 규칙으로 쓰고, 칭호와 보통명사의 대소문자를 구분합니다. 따옴표와 그 안팎의 구두점은 미국식 용법을 따릅니다.

조판

영문은 국문과 같은 지면에 실리는 경우가 많지만, 국문 조판의 관행을 그대로 적용하면 읽기 어려운 영문이 됩니다. 디자인 담당자에게 권하는 것은 네 가지입니다. 자간은 조정하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둘째 문단부터는 들여쓰기나 문단 사이 간격을 두어 문단의 시작을 알 수 있게 합니다. 영문 글꼴은 국문과 별도로 검토합니다. 한 문단 안에서 글자 크기를 바꾸지 않습니다. 각각의 이유와 세부는 부록 A에 있습니다.


2. 텍스트는 데이터다: 표기가 일관되어야 하는 이유

이 절은 내 작업 방식에서 다른 번역자와 가장 다른 부분일 것입니다. 나는 번역자이기 전에 인문정보학을 공부한 디지털 큐레이터입니다. 그래서 내 관심은 늘 사람과 컴퓨터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데 있으며, 텍스트를 볼 때 그 구조를 데이터로 봅니다. 전시장에 인쇄될 물리적 텍스트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이 텍스트가 나중에 어떻게 데이터베이스가 될 수 있는지, 어떻게 태그를 붙이고 검색으로 찾을 수 있는지, 다른 텍스트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함께 생각합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표기의 일관성이 왜 중요한지가 분명해집니다. 같은 대상을 다섯 가지 방식으로 부르면, 그 다섯 가지를 연결하는 작업이 뒤에 남습니다. 하나의 표기를 쓰면 컴퓨터가 그것을 바로 알아보고, 그 위에 관계망을 쌓아 관람객을 위한 검색과 상호작용 기능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시대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관람객은 안내판에서 본 이름을 검색하고 인공지능에 묻습니다. 같은 유산이 기관마다 다른 이름으로 적혀 있으면 검색이 되지 않고, 인공지능은 공개된 문안을 학습하므로 우리의 표기가 일관될수록 한국의 문화유산에 대한 답도 정확해집니다. 표기의 통일은 한 안내판의 문제가 아니라, 기관과 사회 전체가 문화유산을 디지털 환경에서 어떻게 전달할지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나는 어느 번역이 가장 옳은지를 두고 오래 논쟁하는 것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습니다. 더 나은 번역어를 찾는 일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그 논의에서 얻는 이익은 대개 작고, 일관된 표기에서 얻는 이익은 훨씬 큽니다. 틀리지 않은 표기라면, 여러 표기가 제각각 흩어져 있는 것보다 하나로 통일되어 있는 것이 낫습니다.

정부 지침을 먼저 따른다

이런 이유로 나는 정부가 정한 표기 기준을 가장 먼저 따릅니다. 핵심이 되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과 「공공 용어의 외국어 번역 및 표기 지침」, 그리고 국가유산청의 「국가유산명칭 영문표기 기준 규칙」입니다. 기관마다 명칭을 다르게 쓰는 경우에도 유산 자체를 가리키는 이름으로는 이 기준에 따른 표기를 씁니다. 공식 명칭에도 오류가 있을 수 있으므로 기준 규칙에 부합하는지 확인하고, 부합하지 않으면 바로잡되 임의로 새로 번역하지는 않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명칭은 이 점에서 생각해 볼 만한 사례입니다. 유네스코는 “Sansa, Buddhist Mountain Monasteries in Korea“라고 쓰지만 국가유산청 기준에서 산사는 Buddhist temple입니다. “Gaya Tumuli“는 기준 규칙으로는 ancient tombs이고, “Seowon, Korean Neo-Confucian Academies“에서는 Dosan Seowon처럼 띄어 쓰고 Neo-Confucian academy라고 부르지만, 기준 규칙은 Dosanseowon Confucian Academy입니다. 어느 쪽이 학술적으로 더 옳은지는 여기서 다룰 문제가 아닙니다. 다만 같은 유산이 두 개의 공식 이름을 갖게 되면 관람객은 그것이 같은 곳인지 알 수 없고, 검색은 둘을 연결하지 못합니다. 내가 아는 한 이런 차이는 소수의 전문가가 각자 선호하는 용어를 관철한 데서 생긴 경우가 많습니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그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을지 모르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이름이 곧 데이터이고, 하나의 대상에 하나의 이름을 두는 것이 어느 용어가 더 정확한가보다 훨씬 큰 가치를 갖습니다. 안내판 본문에서 등재 사실을 언급할 때에는 유네스코 등재 명칭을 그대로 인용하되, 유산 자체는 국가유산청 기준의 이름으로 부릅니다.

번역자가 이 지침들을 알고 따르는지는, 텍스트의 품질 자체를 말해 주지는 않더라도 그 번역자가 현재의 기준을 얼마나 파악하고 있고 세부에 얼마나 주의를 기울이는지를 보여 줍니다. 번역자와 일하는 기관이라면 이 점을 하나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나에게는 이것이 내 작업의 태도를 보여 주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기관은 자체 지침과 용어집을 갖추어야 한다

같은 이유로, 규모가 있는 기관이라면 자체 표기 지침과 용어집을 만들어 번역자에게 제공하기를 강력히 권합니다. 여러 번역자가 여러 해에 걸쳐 만드는 텍스트에서 일관성을 유지하는 방법은 그것뿐이며, 기준이 문서로 정해져 있어야 검토도, 수정도, 교육도 가능합니다. 특히 정부 기관과 국공립 박물관의 텍스트는 그 자체로 공식 표기가 되어 다른 기관과 번역자들이 따르게 되므로, 그 영향은 기관 안에 머물지 않습니다.

용어는 새로 만들기보다 기존 자료를 먼저 찾습니다. 한국학중앙연구원과 국사편찬위원회를 비롯한 기관들이 만들어 온 영문 용어집과 용례 사전에는 관직·관청·제도·용어를 외국 학자와 번역자들이 어떻게 옮겨 왔는지가 정리되어 있으며, 그 축적을 활용하는 것이 새 번역어를 만드는 것보다 언제나 낫습니다. 내가 참고하는 용어집 목록은 글 끝의 참고 자료에 두었습니다.

기관의 자료라고 해서 모두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 가지를 분명히 해 두어야 합니다. 정부 기관이 만든 자료라고 해서 모두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번역은 오래전부터 외주로 이루어져 왔고, 발주하는 쪽에 결과물의 품질을 판단할 영어 역량이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 국립박물관이 운영하는 온라인 백과사전의 영문판은 여러 해에 걸쳐 여러 업체를 거치면서 용어와 문체가 제각각이 되었고, 로마자 표기에 지나치게 의존하며, 국가유산청의 기본 표기 규칙도 따르지 않습니다. 역사 관련 국립기관이 만든 대규모 용례집의 영문판은 대부분 용어의 로마자 표기만 제시하고 있어 번역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사업의 규모와 결과물의 유용성이 비례하지 않는 것입니다.

국가유산청의 공식 명칭도 예외가 아닙니다. 2019년의 마지막 용례집 이후에 지정된 국가유산의 영문 명칭 중에는 국가유산청 자신의 기준 규칙에 맞지 않는 것이 적지 않습니다. 이 글을 쓰는 2026년 9월 현재 국가유산청 영문 포털에서 확인한 두 가지 예를 들겠습니다.

  • 2024년에 지정된 ‘천수원’명 청동북은 “Bronze Gong inscribed with “Cheonsuwon” (Cheonsuwon Temple)”으로 되어 있습니다. 기준 규칙에 따르면 명문이 있는 유물은 “with Inscription of” 형식을 쓰므로 “Bronze Gong with Inscription of “Cheonsuwon””이어야 하며, 괄호 안의 사찰명은 기준 규칙에 없는 요소입니다.
  • 2026년에 지정된 물때는 “Multtae(Knowledge of tide)”로 되어 있습니다. 괄호 앞의 띄어쓰기와 괄호 안의 대소문자가 기본적인 영문 표기에 어긋나고, “Knowledge of tide”라는 뜻풀이도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Knowledge of Tidal Rhythms”와 같이 써야 뜻이 전달됩니다. 명칭만이 아닙니다. 같은 항목의 영문 설명에는 “understandin” (understanding), “patternsresult” (patterns result)처럼 한 번만 읽어 보았어도 걸렸을 오타가 그대로 남아 있고, 영어로 풀어 쓸 수 있는 말까지 로마자 표기로 처리한 곳이 본문 곳곳에 보입니다.

이런 예는 더 있습니다. 두 가지만 든 것은 형식의 오류와 기준 미준수가 함께 나타난다는 점을 보여 주기 위해서입니다. 기준을 만든 기관이 새로 지정하는 유산의 이름에서 그 기준을 지키지 못한다면, 다른 기관과 번역자에게 그 기준을 따르라고 할 근거가 약해집니다.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구조에 있다

나는 이 기관들과 함께 일하는 사람입니다. 위의 예를 든 것은 특정 기관이나 그곳에서 일하는 특정한 사람을 탓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내가 보기에 이 문제의 대부분은 구조에서 옵니다. 공공기관의 담당자는 대부분 순환 보직으로 일하는 공무원이어서, 영문 표기 기준을 익힐 만하면 다른 부서로 옮겨 가고 후임자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시간과 예산은 늘 부족합니다. 담당자가 영어 전문가가 아닌 것은 당연한 일이며, 그래서 외주로 받은 결과물의 품질을 판단할 수단이 없습니다. 이런 조건에서 각 기관은 주어진 자원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이 글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이유는, 구조적 어려움이 곧 우선순위를 낮출 이유가 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국문 텍스트는 국립국어원의 감수를 거치는 등 문법과 표현을 세심하게 다듬는 과정을 거칩니다. 영문 텍스트에는 그만한 과정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번역은 본 작업이 끝난 뒤 외주로 처리하는 부차적인 단계로 여겨지곤 합니다. 그러나 외국인에게 영문 텍스트는 그 기관의 얼굴이고, 나아가 한국의 얼굴입니다. 관광, 한국학 연구, 문화 교류 등 여러 분야에 그 영향이 미칩니다. 부차적인 단계가 아니라 국문과 같은 무게로 다루어야 할 일이며, 그렇게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나는 공공기관의 번역을 누가 했는지가 공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공기관의 영문 텍스트는 세금으로 만들어지고, 그 결과물을 국민과 외국인이 믿고 참조하게 됩니다. 그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아는 것은 국민의 권리이고, 이름을 걸고 품질을 책임지는 것은 번역자의 의무입니다. 번역자의 이름이 결과물에 남는다면, 기본 지침을 지키지 않은 텍스트가 공공기관의 이름으로 나가는 일은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것입니다.

정부 기관과 국공립 박물관의 영문 텍스트는 그 자체로 외국인이 참조하는 기준이 됩니다. 그 영향력에는 공적 책임이 따릅니다. 그래서 대규모 번역 사업을 시작하는 기관에 다음을 권합니다. 얼마나 많이 만들었는지보다 얼마나 정확한지를 먼저 보십시오. 디지털 큐레이션의 관점에서 시작하십시오. 즉 기준을 먼저 정하고, 그 기준으로 일관성을 지키십시오. 그리고 기본 지침을 모르거나 따르지 못하는 번역자에게는 일을 맡기지 마십시오. 겉으로 인상적인 숫자보다 품질이 먼저입니다.


3. 독자가 글을 정한다

형식과 일관성이 갖추어진 다음에 오는 것이 독자입니다. 번역을 언어의 문제로만 보면, 정확하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이 나옵니다. 번역에 앞서 이 글을 누가, 어디서, 무엇을 알기 위해 읽는지를 묻습니다. 아래는 내가 주로 만나는 독자와 내가 권장하는 접근입니다.

일반 관람객은 국가유산 안내판, 박물관 전시 설명문, 일반 독자를 위한 도록과 홍보물을 읽습니다. 한국을 처음 찾은 관광객일 수도, 한국에 여러 해 산 외국인일 수도 있으며,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공통점은 한국인 독자가 당연히 아는 것을 당연히 알지는 못한다는 점, 그리고 지금 눈앞의 대상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그 글 앞에 섰다는 점입니다. 이 독자에게 로마자 단어는 읽을 수 없는 기호이고, 호는 두 번째 인물로 읽히며, 재위 연호는 아무 시점도 알려 주지 못합니다. 내 작업의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하며, 이 독자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5절과 부록에서 다룹니다.

학술 독자는 학술지 초록, 논문, 학술 도록의 논고를 읽는 연구자입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원문에서 어떤 인물·문헌·개념을 가리키는지 정확히 특정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학술 텍스트에서는 로마자 표기와 한자를 적극적으로 씁니다. 국립중앙박물관 학술지의 초록을 옮길 때 내가 취하는 방식이 이것입니다. 인물은 본명으로, 사건은 연도와 주체가 드러나는 이름(the Japanese invasions of 1592–1598)으로 쓰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저자나 학술지가 호(Toegye)나 학계 통용 명칭(the Imjin War)을 원하면 그에 따릅니다. 재위 연호와 간지는 서기 연도와 함께 병기할 수 있고, 로마자 표기법과 인용 형식은 학술지 규정을 우선합니다.

어린이는 어린이박물관 전시 텍스트와 교육 자료를 읽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린이가 아는 단어로 말하는 것입니다. 정확한 용어를 써도 되지만 어린이가 알 수 있는 말로 반드시 분명하게 설명하고, 로마자와 한자는 고유명사 외에는 쓰지 않으며 고유명사도 피할 수 있으면 피합니다. 국문 어린이 텍스트는 대부분 학예사가 처음부터 어린이를 염두에 두고 쓴 글이므로, 그 구성과 어조를 영문에서도 대체로 그대로 살릴 수 있습니다. 다만 한국어의 의성어·의태어는 영어로 그대로 옮겨지지 않으므로 한국어 소리를 소개하는 배움의 기회로 삼거나 영어에서 자연스러운 표현으로 바꾸어야 하고, 어린이 텍스트에 많은 생각해 볼 질문과 활동 지시문은 영어에서 자연스럽게 들리도록 문장 구조를 유연하게 다룹니다.

독자가 누구든 번역은 원문을 한 문장씩 옮기는 일이 아닙니다. 다만 국문이 독자를 잘 고려하여 쓰인 글이라면 영문도 그 구성을 거의 그대로 따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옮기는 내내 이 독자에게 어떤 맥락이 필요한지, 얼마나 많은 정보를 원하는지를 묻는 것입니다. 학자는 구체적인 특정을 원하고, 일반 외국인 독자는 배경 설명은 더 많이, 세부는 더 적게 필요로 하며, 어린이는 같은 내용도 다른 방식으로 말해 주어야 합니다. 그 물음에 따라 고칠 곳이 많을 수도, 거의 없을 수도 있습니다.


4. 영어로 쓸 수 있는 것은 영어로 쓴다

영문 텍스트에서 보이는 문제의 대부분은 이 원칙을 지키지 않은 데서 옵니다. 얼마나 엄격하게 적용할지는 독자에 따라 다릅니다(3절 참조). 학술 독자에게는 로마자 표기와 한자가 정보이고, 어린이에게는 고유명사조차 부담입니다. 아래는 내 작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반 관람객 텍스트를 기준으로 쓴 것입니다.

로마자 표기는 최소화한다

로마자로 적힌 한국어는 한글을 아는 외국인에게조차 읽기 어렵습니다. 독자가 발음하거나 뜻을 짐작할 수 없는 로마자 단어가 하나 늘 때마다 문안 전체의 가독성이 그만큼 떨어집니다. 로마자 용어가 많은 문안은 내용이 정확하더라도 품질이 낮은 문안입니다.

어떤 단어든 로마자로 쓰기 전에 먼저 묻습니다. 이 개념을 전달할 영어 단어나 짧은 구절이 정말 없는가? 대부분의 경우 있습니다. 로마자 표기는 고유명사와, 영어에 대응어가 없으면서 이해에 꼭 필요한 소수의 문화 특수 용어에 한합니다. 국문에 그 용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로마자로 쓰지 않습니다.

✕ The seodang was where village children learned hanja from a hunjang.

○ The village school was where children learned Chinese characters from a local teacher.

✕ This jeongja stands beside the yeonji.

○ This pavilion stands beside a lotus pond.

국제적으로 영어에 정착한 단어(kimchi, Hangeul)는 극소수입니다. 그렇게 보이는 단어 대부분은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hanok은 “a traditional Korean house”, ondol은 “underfloor heating”, hanbok은 “traditional Korean clothing”로 씁니다.

쓰더라도 영어 뒤에 둔다

로마자 용어를 꼭 써야 한다면, 영어 표현을 앞에 쓰고 로마자를 괄호 안에 이탤릭체로 뒤따르게 합니다. 괄호 안에 두면 관심 없는 독자는 건너뛸 수 있고, 관심 있는 독자는 배울 수 있습니다. 처음 나올 때 한 번만 쓰고, 이후에는 영어 표현만 씁니다.

✕ A jeongnyeo, a commemorative gate, was erected to honor filial sons.

○ A commemorative gate (jeongnyeo) was erected to honor filial sons.

공식 영문 명칭이 “Dosanseowon Confucian Academy”처럼 긴 로마자 단어에 영어 후부 요소를 붙인 형태인 경우, 본문에서 그 후부 요소를 한 번 풀이하여(“a Confucian academy (seowon)”) 제목과 설명을 연결해 줍니다. 이 경우 외에는 이런 용어를 로마자로 쓸 이유가 거의 없습니다. 이탤릭체로 쓸 단어가 많다면 로마자가 많다는 뜻이며, 먼저 그 단어를 영어로 바꿀 수 있는지 다시 봅니다.

문헌 제목은 독자에게 필요한 만큼만

학술 독자에게는 문헌의 원제가 곧 정보이지만, 일반 관람객에게 로마자 제목은 아무 정보도 주지 못합니다. 한국인 독자는 『동국여지승람』이 무엇인지 알지만 외국인 독자는 모릅니다. 본문에서 문헌을 언급할 때는 다음 순서로 판단합니다.

  1. 제목이 꼭 필요한가? 아니면 문헌의 성격을 말로 설명합니다. “according to a 15th-century geographical survey of Korea”
  2. 널리 알려진 영문 제목이 있는가? 그러면 영문 제목만 씁니다. the Lotus Sutra, the Annals of the Joseon Dynasty. 로마자 제목을 덧붙이지 않습니다.
  3. 둘 다 아닐 때만 로마자 제목을 쓰고 괄호 안에 뜻을 옮깁니다.

✕ According to the Sinjeung dongguk yeoji seungnam (Revised Augmented Survey of the Geography of Korea), the fortress was built in 1451.

○ According to a 16th-century geographical survey of Korea, the fortress was built in 1451.

✕ a copy of the Myobeop yeonhwa gyeong (Saddharmapundarika Sutra)

○ a copy of the Lotus Sutra

(국가유산으로 지정된 문헌의 공식 명칭과 안내판 제목에는 “Samguk yusa (Memorabilia of the Three Kingdoms)” 형식을 씁니다. 위 원칙은 본문에서 다른 문헌을 언급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명칭의 뜻을 풀이할 때는 건물의 종류까지

외국인 독자는 당(堂)·전(殿)·정(亭)·루(樓)·재(齋)가 건물의 종류를 뜻한다는 것을 모릅니다. 명칭의 뜻을 풀 때는 반드시 건물의 종류까지 포함하고, 제목의 영어 후부 요소(Hall, Pavilion)와 일치시킵니다. 각 단어의 첫 글자는 대문자로 씁니다.

✕ Sujoldang means “keeping to simplicity.”

○ Sujoldang means “Hall of Keeping to Simplicity.”

글자 그대로의 뜻이 난해하면 짧게 옮기고 취지를 덧붙입니다. “The name Hwanbyeokdang means ‘Hall of Jade Surroundings,’ in reference to the pavilion’s lush natural setting.”

서양의 유사 개념으로 바꿔치기하지 않는다

안방을 “the bedroom”, 대청을 “the living room”으로 쓰면, 이 공간들이 서양 주택의 방과 같은 기능을 가졌다는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게 됩니다. 한국 전통 가옥의 방은 바닥의 종류(온돌인가 마루인가)와 사용자에 따라 구분됩니다. 영문에서도 가능한 한 이 둘을 살립니다.

  • 안방 → the main underfloor-heated room (지면이 허락하면 the room used by the lady of the house)
  • 건너방 → the secondary underfloor-heated room
  • 대청 → the main wooden-floored hall
  • 사랑채·안채 → the men’s quarters / the women’s quarters

지면 때문에 줄여야 할 때는 사용자 정보를 먼저 줄입니다. “underfloor-heated room”은 여전히 사실을 전달하지만 “bedroom”은 그렇지 않습니다.

✕ The house has a bedroom, a living room, and a guest room.

○ The house consists of a main underfloor-heated room, a wooden-floored hall, and a secondary underfloor-heated room.

한자나 한글로 형태를 설명하지 않는다

이것은 예외 없는 규칙입니다. “ㄱ자형 평면”, “八자 모양의 지붕”은 국문에서는 자연스럽지만, 영문에서는 이 글자를 절대 쓰지 않습니다. 로마자로 적어도(“a giyeok-shaped layout”)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은 취향이 아니라 전달의 문제입니다. 한국인 독자가 아랍 문자 한 글자를 보고 “이 글자 모양의 건물”이라는 설명을 읽는다고 상상해 보면, 그 설명이 아무 정보도 주지 못한다는 점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외국인 독자에게 한자와 한글은 정확히 그런 기호입니다.

형태는 영어로 풀어 씁니다. 八자 지붕은 “a hip-and-gable roof”이고, 工자형·ㄱ자형 평면은 날개(wing)와 배치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영어 알파벳 비교가 실제로 더 명확하면 그렇게 씁니다(“an L-shaped layout”, “a T-shaped building”). 도형 기호(△, □)도 쓰지 않습니다.

✕ The house has a ㄱ-shaped layout. / The house has a giyeok-shaped layout.

○ The house has an L-shaped layout. / The house has a wing projecting forward on the right side.

비문의 판독 불가 글자도 같습니다. 국문의 ▲, □ 대신 대괄호 안의 물음표 [?]로 표시하거나 “[three characters illegible]”처럼 말로 씁니다.


5. 독자를 배려한다: 정보의 접근성

앞의 네 원칙을 지킨 텍스트도 독자에게 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확하고, 일관되고, 영어로 쓰여 있어도, 독자가 모르는 것을 전제하거나, 독자가 원하지 않는 세부에 지면을 쓰거나, 핵심을 맨 뒤에 두면 그렇습니다. 정보의 접근성은 단어의 문제가 아니라 배려의 문제입니다. 독자에게 어떤 맥락이 필요한지, 정보를 어떤 순서와 층위로 줄지, 독자의 시간과 관심을 어떻게 존중할지를 생각하는 일입니다.

이 배려가 어려운 이유는 글을 쓰고 검토하는 사람이 전문가이기 때문입니다. 전문가에게는 자기 분야의 영문 용어가 익숙하고, 어떤 인물이 누구이고 어떤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가 설명할 필요도 없는 상식입니다. 그래서 그 용어가 독자에게도 익숙하고 그 배경이 독자에게도 당연하리라 여기기 쉽습니다. 그러나 학계에서 통용되는 용어는 영어 원어민에게도 낯선 경우가 많고,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인물과 사건도 외국인 독자에게는 아무 맥락도 주지 못합니다. 일반 관람객 텍스트에서 보이는 오류의 대부분은 학술 텍스트의 관행이 그대로 들어온 것이며, 그것은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아는 것을 독자도 안다고 전제한 데서 오는 문제입니다.

여기에 하나의 역설이 있습니다. 텍스트가 사실에 맞는지는 전문가가 검토해야 합니다. 그러나 사실을 가장 잘 아는 바로 그 전문가가, 그 텍스트가 주어진 독자에게 배려 깊은 글인지를 판단하기에는 가장 적합하지 않은 사람일 수 있습니다. 나는 번역자의 역할을 여기서 찾습니다. 전문가의 세계와 독자의 세계를 둘 다 가까이에서 아는 사람으로서, 문장을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전문가와 대중 사이의 통역자가 되는 것입니다.

다행히 그 통역에 거창한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내가 지난 10년 동안 모아 온 방법은 대부분 비용이 들지 않는 작은 조정이며, 크게 네 가지로 나뉩니다. 어떻게 표현하는가, 어떻게 도입하는가, 어떤 순서로 주는가, 어디까지 담는가입니다. 국문이 이미 국문 독자를 잘 배려한 글이라면 그 구성을 따르면 됩니다. 다만 한국인 독자에 대한 배려가 외국인 독자에 대한 배려와 같지는 않으므로, 옮기면서 그 네 가지를 다시 살핍니다.

표현 — 독자가 아는 말로

가장 정확한 단어보다 독자가 이해하는 단어를 고릅니다. 문장은 짧게, 한 문장에 하나의 내용만. 호 대신 본명, 재위 연호 대신 서기 연도, 간지 사건명 대신 연도와 주체가 드러나는 이름을 씁니다. 관직명은 영어로 옮기고, 필요하면 그 사람이 실제로 한 일을 씁니다. 위치와 방향은 안내판 앞에 선 독자가 실제로 보는 것을 기준으로 다시 씁니다. (부록 B, C, D)

도입 — 낯선 것은 먼저 정의하고 소개한다

독자가 모를 수 있는 것은 처음 나올 때 설명합니다. 유형이 생소하면 그 유형의 정의 문장을 먼저 두고, 인물은 역할로 소개하고, 왕조와 시대는 처음 나올 때 존속 기간을 붙이고, 독자가 모르는 인물이나 장소를 언급할 때는 한 구절의 맥락을 덧붙입니다. 국문의 각주는 영문에서는 본문 안에 녹입니다. (부록 C, E)

순서 — 핵심을 먼저, 세부는 뒤에

독자는 끝까지 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첫 문단, 명제표라면 첫 문장에 대상이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를 담고, 그다음 문단부터 인물, 구조, 이야기, 가치를 하나씩 다룹니다. 정보를 이렇게 층위로 배치하면 시간이 없는 독자는 첫 문단만으로, 더 알고 싶은 독자는 뒤 문단까지 읽고 각자 필요한 만큼을 얻어 갑니다. (부록 E)

범위 — 독자에게 필요한 만큼만

지정 연혁, 지정 번호, 한눈에 알 수 없는 건축사적 세부, 설명할 수 없는 인명과 지명의 나열, 독자가 모르는 다른 유산과의 비교는 글자 수만 늘리고 이해에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국문 독자가 당연히 아는 사건의 원인이나 제도의 기능은 영문에서 채워 넣어야 합니다. 무엇을 빼고 무엇을 더할지는 독자가 정합니다. (부록 E, F)


부록: 세부 규칙과 예시

본문의 원칙을 실제 문장으로 보여 주는 세부 규칙과 예시입니다. A는 모든 텍스트에 적용되는 표기 형식이고, B부터는 일반 관람객을 위한 텍스트를 기준으로 하며, 대부분 국가유산 안내판 작업에서 나온 예이지만 박물관 전시 설명문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A. 표기 형식과 조판

본문 1절의 세부 규칙과 예시입니다. 독자와 관계없이 모든 영문 텍스트에 적용됩니다.

국문 습관이 영문에서 오류가 되는 것들

  • 물결표(~) 는 어떤 범위에도 쓰지 않습니다. 연도, 나이, 치수, 수량 모두 줄표(–). 1592–1598, 400–500 years old, 10–15 m.
  • 가운뎃점(·) 은 쓰지 않습니다. 나열은 쉼표와 and로 하고, 제목이나 지면이 좁은 곳에서는 &를 쓸 수 있습니다. Sin Suk-ju, Kim Jong-seo, and Seong Sam-mun.
  • 여는 괄호 앞은 한 칸 띄웁니다. 영어에서 괄호는 별도의 단어처럼 취급되므로 붙여 쓰면 오식으로 읽힙니다.
  • 콜론(:) 은 반대로 앞 단어에 붙이고 뒤를 띄웁니다. 제목이 두 줄로 나뉠 때 콜론은 첫 줄 끝에 두고, 둘째 줄을 콜론으로 시작하지 않습니다.
  • 위첨자는 쓰지 않습니다. 영어에서 위첨자는 각주 번호나 지수이므로, 괄호 안 내용을 작게 넣으면 다른 뜻으로 읽힙니다. 예외는 m² 같은 단위뿐입니다.
  • 『』「」《》 는 쓰지 않습니다. 작품의 종류에 따라 이탤릭체로 쓰거나 큰따옴표 안에 넣습니다. 단행본·문헌·회화 같은 독립된 작품은 이탤릭체(Samguk sagi), 논문·시·짧은 글처럼 더 큰 것의 일부인 작품은 큰따옴표입니다. 어느 쪽인지는 시카고 매뉴얼을 따릅니다.
  • 도량형은 미터법, 단위는 기호, 숫자와 단위 사이 한 칸. 6.1 m, 25 cm. 자, 근 등 전통 도량형은 옮기지 않고, 칸은 말로 풉니다. “three bays in width by two bays in depth”.

✕ Sin Suk-ju(1417~1475)·Kim Jong-seo·Seong Sam-mun; 『Samguk sagi』; 1.2km

○ Sin Suk-ju (1417–1475), Kim Jong-seo, and Seong Sam-mun; Samguk sagi; 1.2 km

✕ Hwaseong Fortress [줄바꿈] : A Fortress of the Joseon Dynasty

○ Hwaseong Fortress: [줄바꿈] A Fortress of the Joseon Dynasty

대소문자

영어는 한국어와 달리 대소문자에 따라 의미와 격이 달라집니다. 제목, 명칭, 명칭의 뜻풀이에서 대소문자가 잘못 쓰이면 비전문적인 인상을 주거나 다른 뜻으로 읽힙니다.

  • 제목과 명칭은 제목 표기법(title case)으로. 붙임표로 이어진 복합어는 뒤의 요소도 대문자입니다. Three-Story Stone Pagoda, Gilt-Bronze Seated Buddha, Dragon-Shaped Handle. 과거에는 between, through 같은 긴 전치사와 붙임표 뒤의 요소를 소문자로 쓰는 것이 규칙이었고, 오래 일해 온 번역자일수록 그 습관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시카고 매뉴얼은 개정을 거치며 이 규칙을 바꾸었고, 지금은 이런 단어를 대문자로 씁니다. 표기 지침은 정기적으로 개정되므로, 번역자는 자신이 배운 규칙이 아니라 작업 시점의 최신판을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 본문에서 보통명사(temple, pagoda, hall, king)는 명칭의 일부일 때만 대문자로. Bulguksa Temple / the temple; King Sejong / the king.
  • 신분이나 직함은 이름 바로 앞에 붙어 이름의 일부처럼 쓰일 때만 대문자로 씁니다. 이름과 떨어져 단독으로 쓰이거나, 이름 뒤에 설명으로 붙거나, 앞에 관사가 오면 보통명사이므로 소문자입니다. General Yi Sun-sin / the general; Yi Sun-sin, a general of the Joseon navy. 한국어에는 이 구분이 없어 자주 틀리는 부분입니다.

이 구분에서 특히 헷갈리는 것이 관사가 붙는 경우입니다. “Monk Jijeung founded the temple.”과 “The monk Jijeung founded the temple.”은 둘 다 맞지만 뜻이 다릅니다. 앞 문장에서 Monk는 King이나 General처럼 이름 앞에 붙는 칭호이므로 대문자입니다. 뒤 문장에서 monk는 “지증이라는 승려”라는 뜻의 보통명사로, 관사 the가 그것을 알려 줍니다. 관사가 있으면 그 뒤의 단어는 칭호가 아니라 설명이므로, “The Monk Jijeung”은 어느 쪽으로도 맞지 않습니다. 같은 이유로 문장 안에서 the King, the Center, the Temple처럼 관사 뒤의 보통명사를 대문자로 쓰는 것은 오류입니다. 이름의 일부일 때만(King Sejong, Bulguksa Temple, the National Museum of Korea) 대문자이고, 그것을 다시 가리키는 the king, the temple, the museum은 소문자입니다.

✕ Three-story stone pagoda of Bulguksa temple / The King ordered the construction. / The Monk Jijeung founded the temple.

○ Three-Story Stone Pagoda of Bulguksa Temple / The king ordered the construction. / Monk Jijeung founded the temple. (칭호) / The monk Jijeung founded the temple. (설명)

이탤릭체

  • 로마자로 쓴 보통명사(seowon, jeongnyeo)와 문헌·회화 등 작품 제목은 로마자든 영어든 이탤릭체로 씁니다. 학명도 마찬가지입니다(Abies koreana).
  • 인명, 지명, 건물명, 사찰명 등 고유명사는 로마자여도 이탤릭체로 쓰지 않습니다(Yi Hwang, Bulguksa Temple).
  • 안내판의 제목(표제)에는 이탤릭체를 쓰지 않습니다. 같은 명칭이 본문에 나오면 그때 이탤릭체로 씁니다.

따옴표는 미국식으로

인용과 명칭의 뜻풀이에는 큰따옴표를 쓰고, 작은따옴표는 인용 속의 인용에만 씁니다. 쉼표와 마침표는 인용문의 일부가 아니더라도 항상 닫는 따옴표 안에 둡니다. 콜론과 세미콜론은 밖에 둡니다.

✕ The name Sujoldang means “Hall of Keeping to Simplicity”. / The pen names all include the character for ‘lake’, so …

○ The name Sujoldang means “Hall of Keeping to Simplicity.” / The pen names all include the character for “lake,” so …

조판: 디자인 담당자에게

  • 자간은 조정하지 않기를 권장합니다. 영문에서 자간 조정이 절대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영어 알파벳은 글자 사이의 간격으로 단어의 형태를 인식하기 때문에 허용 범위가 매우 좁고, 한국에서 작업하는 디자이너는 그 범위를 훨씬 넘어서 자간을 줄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디까지가 괜찮은지 판단하기 어렵다면 자간을 아예 건드리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지면이 부족하면 글자 크기를 줄이거나 문안을 줄입니다.
  • 둘째 문단부터는 들여쓰기나 문단 사이 간격을 둡니다. 영어는 단어가 길고 문장이 길어서, 문단 사이에 아무 표시가 없으면 다음 문단이 어디서 시작하는지 찾기 어렵습니다. 국문에서는 들여쓰기를 없애는 것이 최근의 추세이고 그 방식이 영문에까지 그대로 적용되곤 하는데, 영문에서는 가독성을 크게 해칩니다. 빈 줄이나 첫 줄 들여쓰기 중 하나를 반드시 적용하고, 둘을 함께 쓰지는 않습니다.
  • 영문 글꼴을 따로 검토합니다. 국문에 쓴 글꼴을 영문에 그대로 쓰면 영문이 눈에 띄게 어색해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문에는 다른 글꼴을 쓰거나, 처음부터 영문도 보기 좋은 한글 글꼴을 고릅니다.
  • 한 문단 안에서 글자 크기를 바꾸지 않습니다. 괄호 안 내용이나 연도를 작게 넣으면 독자는 각주로 읽습니다. 강조는 굵기나 이탤릭체로.
  • 정렬은 양쪽·왼쪽 모두 가능하지만, 단이 좁거나 긴 단어가 많으면 왼쪽 정렬을 고려합니다. 어느 쪽이든 자간을 조정해 줄을 맞추는 설정은 쓰지 않습니다.
  • 줄 끝에서 단어를 이음표로 끊지 않고, 인명·유산 명칭·연도와 단위(1392–1910, 6.1 m)가 줄이 바뀌며 나뉘지 않게 합니다.

B. 어휘와 문장은 단순하게

일반 관람객을 위한 영어는 모든 외국인 관람객이 공유하는 언어입니다. 일반적인 영어 글쓰기보다 어휘와 문장 구조를 더 단순하게 하기를 권장합니다.

  • 가장 정확한 용어가 어려운 단어라면, 뜻이 유지되는 한 쉬운 말로 풀어 씁니다. 전문 용어를 쓴 문안이 더 수준 높아 보일 수는 있지만, 목적은 더 많은 사람이 이해하게 하는 데 있습니다.
  • 한 문장에 하나의 내용만 담습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독자에게 긴 문장은 어려운 단어만큼 큰 장애입니다.
  • 전문 용어를 피할 수 없다면 처음 나올 때 짧게 풀이합니다.

✕ The edifice exhibits a hipped-and-gabled roof with a multi-cluster bracket system, exemplifying the vernacular architectural idiom of the period.

○ The building has a hip-and-gable roof. Its brackets, which support the roof, are a typical feature of buildings from this period.

안내판과 전시 설명문은 한국어를 가르치는 자리가 아닙니다. 한국어 단어를 알려 주는 것이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방법이라는 생각은 흔하고, 한글이나 음식 이름처럼 그것이 적절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관람객이 글 앞에 머무는 시간은 짧습니다. 새로운 단어를 하나 넣을 때마다, 독자가 그 단어를 기억할 가능성과 그 단어가 이해를 방해할 가능성을 견주어야 합니다.

안내문은 학술 문헌이 아닙니다. 학술 문헌은 주장을 세우고 근거를 검증할 수 있게 제시하는 글이므로 호, 로마자 문헌명, 원자료의 특정이 필요합니다. 안내문은 이미 검토를 거쳐 사실로 확인된 내용을 알리는 글이며, 확인되지 않은 것은 “~로 추정된다”, “학계의 견해가 나뉜다”처럼 그 성격을 밝혀 쓰면 됩니다. 학술 문헌의 정확성 장치를 안내문에 들여오면, 필요 없는 정확성을 얻는 대신 가독성을 잃습니다.


C. 인물, 지명, 관직

호(號)는 쓰지 않는다

외국인 독자는 ‘퇴계’와 ‘이황’이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없습니다. 한 문장에서 Yi Hwang이라 하고 다음 문장에서 Toegye라 하면 독자는 두 사람으로 이해합니다. 한 인물은 문안 전체에서 오직 하나의 이름, 본명으로만 지칭합니다.

인물이나 호가 아무리 유명해도 소개할 때 호를 덧붙이지 않습니다. “Yi Hwang (pen name: Toegye)”, “Master Toegye”, “Toegye Yi Hwang” 모두 쓰지 않습니다. 국문에서 호로 지칭하더라도(퇴계 선생, 다산) 영문은 본명만 씁니다(Yi Hwang, Jeong Yak-yong).

유일한 예외는 호가 설명 대상인 장소나 건물 이름 자체이거나 그 일부인 경우입니다. 이때도 명칭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한 번만 제시하고, 다른 곳에서는 계속 본명으로 씁니다.

삼호정은 옥천조씨 가문의 조현동(호: 인호), 조후동(호: 덕호), 조석동(호: 석호) 삼형제가 인천강을 바라보며 글을 읽고 풍류를 즐기려 1751년에 지은 정자이다. 삼형제의 호에 모두 호(湖) 자가 있어 정자의 이름을 삼호정이라고 하였다.

○ Samhojeong Pavilion was first built in 1751 by three brothers of the Okcheon Jo Clan, namely Jo Hyeon-dong (pen name: Inho), Jo Hu-dong (pen name: Deokho), and Jo Seok-dong (pen name: Seokho). The pavilion, which overlooks the Incheongang River, was built as a space for reading and enjoying one’s leisure time. The name Samhojeong means “Pavilion of Three Lakes,” referring to the pen names of the three brothers, which all include the character for “lake” (ho).

인물은 역할로 소개한다

인물이 처음 나올 때 그 역할을 쉬운 영어로 설명합니다. “Yi Hwang (1501–1570), one of the leading Confucian scholars of the Joseon period”. 관직과 영예의 나열이 아니라 해당 대상과 관련된 행적을 중심으로 소개하며, 인물을 설명하는 문단과 대상을 설명하는 문단은 구분합니다.

국문의 존칭과 평가적 표현(선생, 대가, 명필)은 찬사가 아니라 그 인물의 역할이나 업적에 대한 사실적 설명으로 바꿉니다.

왕은 재위 기간과 함께

재위 기간은 항상 표기하고, 생몰 연도와 혼동되지 않도록 r.을 붙입니다. “King Sejong (r. 1418–1450)”. 독자에게 필요한 것은 어느 왕조의 왕이며 대략 언제 재위했는가이지, 몇 대 왕인가가 아닙니다. 왕조가 문안에 처음 나온다면 왕을 통해 소개할 수 있습니다. “King Sejong (r. 1418–1450) of the Joseon dynasty (1392–1910)”.

독자가 모르는 인물·장소는 맥락을 주거나 뺀다

“이황의 문인이다”, “경주의 고분과 비슷하다” 같은 언급은 기준이 되는 인물이나 장소를 모르는 독자에게 아무 정보도 주지 못합니다. 언급이 의미를 갖도록 맥락을 덧붙이거나(“a student of Yi Hwang, the leading Confucian thinker of the period”; “Gyeongju, the ancient capital of Silla”), 언급 자체를 삭제합니다. 권위를 더하기 위해서만 등장하며 한 구절로 설명할 수 없는 이름은 뺍니다.

관직·관청은 영어로 번역한다

관직명, 관청명, 기관명은 영어로 씁니다. chief state councilor, provincial governor, county magistrate, the Royal Secretariat. 한국어 원어를 꼭 알고자 하는 독자는 국문을 읽으면 되므로 로마자를 병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관직의 뜻보다 실제로 한 일이 중요하면 역할을 서술합니다. “the official in charge of the construction”.

✕ He served as yeonguijeong. / He served as Yeonguijeong (Chief State Councilor).

○ He served as chief state councilor, the highest office in the Joseon government.

중국·일본·북한의 이름

이것은 독자와 관계없이 모든 텍스트에 적용되는 규칙입니다.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은 한국의 인명·지명·문헌명에만 적용합니다. 중국은 한어병음, 일본은 헵번식으로 씁니다. 국문은 이런 이름을 한국 한자음으로 적기 때문에 그것이 어느 나라 것인지 국문만으로는 드러나지 않습니다. 인명·문헌명·지명이 나올 때마다 출처가 어느 나라인지 먼저 확인합니다.

  • 주자 → ✕ Ju Ja → ○ Zhu Xi
  • 사기 → ✕ Sagi → ○ Shiji (Records of the Grand Historian)
  • 풍신수길 → ✕ Pungsin Sugil → ○ Toyotomi Hideyoshi

북한 지역의 지명은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 따라 쓰고, 북한식 표기(Pyongyang, Kaesong)를 쓰지 않습니다. 안내문의 이런 지명은 대개 분단 이전의 역사적 장소를 가리키는데, 북한식 표기를 쓰면 그 장소에 현대의 정치적 구분을 덧씌우게 됩니다. 하나의 표기법을 일관되게 쓰는 것이 중립을 지키는 방법입니다.

  • 평양 → ✕ Pyongyang → ○ Pyeongyang
  • 묘향산 보현사 → ✕ Pohyonsa Temple on Mt. Myohyang → ○ Bohyeonsa Temple on Myohyangsan Mountain

현재 중국 영토에 있는 고구려·발해 유적지는 현재의 중국 지명을 한어병음으로 쓰고, 한국식 이름이 꼭 필요하면 괄호 안에 덧붙입니다. “the Goguryeo capital at Gungnae, in present-day Ji’an, China”.


D. 연대와 역법

서기 연도로 쓴다

“세종 3년”이나 “임진왜란”은 한국인에게는 즉시 시기가 떠오르지만 외국인에게는 아무 시점도 알려 주지 못합니다. 재위 연호나 간지는 학술 텍스트에서는 병기할 가치가 있지만, 일반 관람객 텍스트에서는 서기 연도로 옮길 수 있는 것을 서기 연도로 쓰는 것이 독자에 대한 배려입니다.

  • 연도는 아라비아 숫자로, 기간은 줄표(–)로. 대략적인 연대는 “around 1450”, “the 1590s”, “the 5th century”.
  • 왕조·시대는 처음 나올 때 괄호 안에 존속 기간을 씁니다. Joseon period (1392–1910), Goryeo period (918–1392).
  • 한성백제, 웅진시기, 조선 중기, 여말선초 같은 세부 시기명은 쓰지 않고 세기나 연도로 씁니다. “early / mid / late Joseon”은 더 구체적인 시기를 알 수 없을 때만 씁니다.
  • 세부 시기명 바로 뒤에 왕조 존속 기간을 붙이지 않습니다. “the early Joseon period (1392–1910)”는 조선 전기가 1392년부터 1910년까지였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처음에는 “the early period of the Joseon dynasty (1392–1910)”로 쓰고, 이후에는 “the early Joseon period”로 씁니다.

재위 연호는 쓰지 않는다

국문의 “1426년(세종 8)”은 영문에서 “1426”으로만 씁니다. 특정 왕의 치세에 일어났다는 사실이 중요하면 말로 풀어 씁니다.

✕ It was built in the 21st year of King Jeongjo (1797).

○ It was built in 1797. / It was built in 1797, during the reign of King Jeongjo (r. 1776–1800).

간지로 표기된 연대는 원칙적으로 생략합니다. 간지가 연대 추정의 유일한 근거라면 “Based on an inscription, it is presumed to have been made in 1235 or 1295.”처럼 씁니다.

역사적 사건은 연도와 주체로

임진왜란, 병자호란, 갑오개혁, 을사늑약 같은 간지 이름은 로마자로 옮겨도(the Imjin War) 외국인 독자에게 언제 일어났는지, 누가 관련되었는지 알려 주지 못합니다. 전쟁인지 개혁인지, 상대가 일본인지 청나라인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사건의 성격, 연도, 주체가 드러나는 서술형 명칭을 씁니다.

  • the Japanese invasions of 1592–1598
  • the Manchu invasion of 1637
  • the reforms of 1894
  • the 1905 treaty that made Korea a protectorate of Japan

간지를 서기 연도로 옮길 때는 실제 사건의 시기와 맞는지 반드시 확인합니다. 간지 연도는 음력 기준이므로, 음력 연말에 일어난 사건은 서기로는 이듬해가 됩니다. 병자호란이 대표적입니다. 병자년(1636)에 붙은 이름이지만 청군이 국경을 넘은 것은 음력 1636년 12월, 즉 서기 1637년 1월이며, 전쟁은 1637년 안에 시작되어 끝났습니다.

✕ The fortress fell during the Byeongja Horan. / The fortress fell during the Manchu invasion of 1636.

○ The fortress fell during the Manchu invasion of 1637.

음력의 월은 서양의 월이 아니다

이것은 독자와 관계없이 사실의 문제이며, 예외 없는 규칙입니다. 1896년 이전 국문 자료의 월·일은 음력 날짜입니다. “3월”은 음력 3월이지 March가 아니며, “March”라고 쓰면 사실 오류가 됩니다. “the third lunar month”, “the 15th day of the 8th lunar month”처럼 쓰고, 양력으로 환산하지 않습니다. 날짜가 꼭 필요하지 않으면 연도만 씁니다. 1896년 이후의 날짜는 양력으로 쓸 수 있으며, 월을 먼저 쓰는 미국식을 따릅니다. “March 1, 1919”.

1592년 4월 13일 → ✕ April 13, 1592 → ○ the 13th day of the 4th lunar month of 1592 → ○ in 1592 (날짜가 필요 없는 경우)

현재 거행되는 제례나 행사는 음력인지 양력인지 관련 주체(문중, 사찰, 지자체)에 확인한 뒤 씁니다. 확인할 수 없으면 날짜 없이 계절이나 월까지만 씁니다.


E. 글의 구성

이 절은 번역보다 글쓰기 일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좋은 글에는 좋은 도입부가 있어서, 더 읽을 시간이 없는 사람도 도입부만으로 핵심을 얻어 갈 수 있습니다. 유적지의 안내판이든, 박물관의 전시 패널이든, 유물 명제표든 마찬가지입니다. 국문이 이렇게 잘 쓰여 있으면 영문은 그 구성을 그대로 따르면 되고, 그렇지 않으면 영문에서 재구성합니다. 구성을 바꾸는 것은 번역의 일탈이 아니라 번역자가 해야 할 일의 일부입니다.

도입부에 핵심을

관람객은 글을 끝까지 읽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첫 문단을 읽고 자리를 뜨더라도 잘못된 인상이나 빈 인상을 갖지 않도록, 가장 중요한 사실은 뒤로 미루지 않고 앞에 둡니다. 안내판이라면 첫 문단에 대상이 무엇인지, 어떤 기능을 했는지,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 필요하면 왜 또는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담습니다. 명제표라면 한두 문장이 그 역할을 합니다.

유형이 생소하면 정의 문장을 먼저

승탑, 정려, 태실, 서원, 읍성처럼 대상의 유형 자체가 외국인 독자에게 생소한 경우에는 그 유형에 대한 일반적 정의를 먼저 쓰고, 그다음에 해당 대상에 대한 문장을 씁니다. 국문 독자에게는 두 번째 문장만 필요하지만 외국인 독자에게는 두 문장이 모두 필요합니다. 이 원칙은 은행나무 같은 천연기념물에도 적용됩니다.

[유형 설명] Geungnakjeon is a Buddhist worship hall dedicated to Amitabha, the Buddha of the Western Paradise, who is believed to guide the dead to rebirth in his pure land.

[이 유산의 첫 문단] This Geungnakjeon Hall at Bongjeongsa Temple was built in the 12th or 13th century and is one of the oldest surviving wooden buildings in Korea. …

같은 유형은 어디서나 같은 방식으로 정의합니다(본문 2절 참조). 몇 가지 예:

  • 당간지주 → Flagpole supports are a pair of stone pillars that fastened a flagpole in place. Such flagpoles were used to mark Buddhist temple precincts by flying flags or to celebrate special events and large gatherings by hanging banners.
  • 서원 → A Confucian academy (seowon) is a private education institution of the Joseon period (1392–1910) that usually combined the functions of a Confucian shrine and a lecture hall.
  • 읍성 → A walled town (eupseong) was established at an important location in an area to protect residents and serve military and administrative functions.

이후 문단은 하나의 주제씩

대체로 관련 인물 → 구조와 특징 → 관련 이야기 → 가치의 순서로 구성하며, 해당 사항이 없는 문단은 생략합니다. 각 문단은 하나의 주제만 다루고, 인물·구조·이야기·가치를 한 문단에 섞지 않습니다. 설화와 전설은 “according to legend”, “it is said that”, “tradition holds that”으로 표시하여 역사적 사실로 오해되지 않게 합니다.

국문에서 더할 것, 뺄 것, 바꿀 것

더할 것 — 국문 독자는 알지만 외국인 독자는 모르는 것

  • 대상 유형의 정의 (위 참조)
  • 왕조·시대가 처음 나올 때의 존속 기간
  • 명칭이 용도를 설명하는 경우 그 뜻
  • 국문에서 당연한 것으로 전제하는 사건의 원인 (왕자가 왜 강화도에 유배되었는지, 1860년대에 서원이 왜 철폐되었는지, 『실록』이 무엇이며 지켜낸 것이 왜 중요한지)
  • 언급되는 기관·제도의 기능
  • 인물·장소 언급이 의미를 갖게 하는 맥락

뺄 것 — 글자 수만 늘리고 이해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것

  • 지정 연혁, 지정 번호, 명칭 변경 사항
  • 한눈에 알 수 있는 핵심적 특징이 아닌 건축·미술사적 세부 사항. 지붕 형식은 유지할 수 있지만, 공포 형식·기둥의 흘림·천장 형식은 그 건물의 핵심적 특징으로 설명되는 경우가 아니면 삭제
  • 한 구절로 설명할 수 없는 지명, 성씨, 주변 인물의 나열
  • 독자가 알 수 없는 다른 국내 유산과의 비교
  •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경관, 분위기, 정서적 평가
  • 재위 연호, 존칭, 호

바꿀 것

  • 로마자 용어 → 영어 표현
  • 세부 시기명 → 세기 또는 연도
  • 음력 자료의 서양 월 → 음력 월
  • 위치 표현의 직역 → 독자가 실제로 보게 되는 것

방향과 위치는 영문에서 다시 검토한다

국문의 위치 표현은 한국 유적의 배치에 대한 지식을 전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묘소 아래에 비석이 있다”를 “there is a stele below the tomb”로 옮기면 비석이 땅속에 묻혀 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국문은 묘소가 언덕 위에 있다는 것을 독자가 안다고 전제하기 때문입니다. “a stele stands in front of the tomb” 또는 “at the foot of the hill on which the tomb is located”처럼 씁니다.

전각의 “뒤편”, “아래채”, “위쪽 마을”도 경사, 축, 관습적 방위를 전제한 표현입니다. 글 앞에 선 독자가 실제로 보게 되는 것을 기준으로 쓰고(“behind the main hall, up the slope”; “to your left”), 작성 후 한국 유적의 배치를 전혀 모르는 독자가 각 위치 표현을 읽었을 때 올바른 장면을 떠올릴 수 있는지 하나씩 확인합니다.

각주는 본문에 녹인다

국문은 어려운 용어를 본문에 두고 별표(*)를 붙여 끝에 각주로 풀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문에서는 이런 용어를 어차피 본문에서 설명해야 하므로, 각주의 내용을 해당 문장 안에 넣습니다. 국문에 각주가 있고 영문에 없다고 해서 영문이 내용을 빠뜨린 것이 아닙니다.

국문: 기둥 위에만 공포**를 두는 주심포계 양식에서 … / ** 공포: 목조건물의 기둥 위에서 지붕을 받치고 건물을 꾸며주는 구조물.

○ The brackets, which support the weight of the roof, were installed only along the front of the building.

특별히 주의가 필요한 내용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된 인물, 그리고 일제강점기에 식민지배·수탈·강제 동원에 이용된 건물의 경우, 영문은 국문과 같은 사실을 같은 중립적 표현으로 기록하되 외국인 독자에게 필요한 한 문장의 맥락을 덧붙입니다. “Under Japanese rule (1910–1945) most rice grown in this region was shipped to Japan; this warehouse was built in 1928 by a Japanese landowner to store rice for export.” 사실을 더하거나 빼지 않고, 감정적 형용사를 쓰지 않습니다.


F. 점검표: 가장 흔한 오류 10가지

검토 과정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오류를 한 표에 모았습니다. 초고를 검토할 때 점검표로 씁니다. 마지막 열은 관련 항목입니다(부록 A–E, 또는 본문 절).

오류참조
1국문을 한 문장씩 그대로 번역It was originally designated as Gyeongbuk Folklore Material No. 57 but was designated as Important Folklore Cultural Heritage No. 257 in 2007.(삭제 — 지정 연혁은 영문에서 생략)E, 범위
2국문·영국식 표기 습관을 영문에 사용Sin Suk-ju(1417~1475)·Kim Jong-seo·Seong Sam-mun; 『Samguk sagi』; 1.2km; means “Hall of Keeping to Simplicity”.Sin Suk-ju (1417–1475), Kim Jong-seo, and Seong Sam-mun; Samguk sagi; 1.2 km; means “Hall of Keeping to Simplicity.”A
3영어 표현이 있는데도 로마자 표기The sarangchae and anchae face each other across the madang.The men’s quarters and women’s quarters face each other across a courtyard.본문 4
4한자·한글로 형태 설명The house has a ㄱ-shaped layout. / The roof is shaped like the character 八.The house has an L-shaped layout. / It has a hip-and-gable roof.본문 4
5중국·일본 인명을 한국식으로, 북한 지명을 북한식으로Ju Ja / Nagyang / Pyongyang / KaesongZhu Xi / Luoyang / Pyeongyang / GaeseongC
6호 사용, 한 인물을 두 이름으로This academy honors Toegye. Yi Hwang founded it in 1561.This academy honors Yi Hwang, who founded it in 1561.C
7독자가 모르는 인물·장소를 설명 없이 언급He studied under Kim Jang-saeng. / The tombs resemble those in Gyeongju.He studied under Kim Jang-saeng, the leading authority on Confucian ritual of his day. / The tombs resemble those in Gyeongju, the ancient capital of Silla.C
8재위 연호, 즉위 순서, 간지 사건명built in the 21st year of King Jeongjo (1797) / the fourth king of Joseon / during the Imjin War / the Manchu invasion of 1636built in 1797 / King Sejong (r. 1418–1450) / during the Japanese invasions of 1592–1598 / the Manchu invasion of 1637C, D
9음력을 양력으로, 영국식 날짜, 세부 시기명A rite is held on May 10 each year (음력 5월 10일인 경우) / 1 March 1919 / the mid-Joseon period / the early Joseon period (1392–1910)on the 10th day of the 5th lunar month / March 1, 1919 / the 16th century / the early period of the Joseon dynasty (1392–1910)D
10위치 표현의 직역, 유형 정의 누락A stele stands below the tomb. / Chilseonggak Shrine was built in 1873.A stele stands in front of the tomb. / Chilseonggak is a shrine to the Seven Stars, spirits believed to govern human lifespan. It was built in 1873.C, E

참고 자료

정부 표기 기준 — 내가 가장 먼저 따르는 세 가지 기준입니다.

안내판 지침 — 국가유산청 발간이며, 내용은 한국학중앙연구원 디지털인문학연구소의 강혜원 선생님과 내가 작성에 참여했습니다.

용어집과 용례 사전 — 새 번역어를 만들기 전에 먼저 찾아보는 자료입니다.

영문 표기 일반


마치며

번역에는 하나의 정답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형식이 갖추어지고, 표기가 통일되고, 독자가 정해지면, 정답에 가까운 선택은 대개 분명해집니다. 이 원칙은 앞으로도 작업을 거듭하면서 다듬어 갈 것입니다. 번역·감수 의뢰나 이 글에 대한 의견은 연락처 페이지로 보내 주세요.

최종 수정: 2026년 9월